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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ll-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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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ill-me는 Matt Pocock이 skills 저장소에 공개한 skill로, 무언가를 만들기 전에 에이전트가 나한테 질문을 퍼붓게 해서 계획을 단단하게 만드는 스킬입니다. grill이 영어로 "꼬치꼬치 캐묻다"라는 뜻인데, 이름 그대로 계획이나 설계의 모든 갈래를 하나씩 캐물어서 나와 에이전트가 같은 그림을 볼 때까지 인터뷰를 멈추지 않습니다.

이 스킬이 나온 이유는 에이전트와의 오정렬(misalignment) 문제 때문입니다. 에이전트가 내 의도를 안다고 생각하고 맡겼는데 결과물을 보면 전혀 다른 걸 만들어 놓은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끼리 일할 때도 똑같이 생기는 문제인데, 애초에 사람은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코드를 쓰기 전에 에이전트가 나한테 자세한 질문을 하게 만들어서 그 간극부터 메우자는 게 이 스킬의 발상이고, 저장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킬이기도 합니다.

처음 나왔을 때(2026년 2월) SKILL.md는 본문이 몇 줄뿐이었습니다. 계획의 모든 부분을 서로 이해가 같아질 때까지 집요하게 인터뷰하고, 설계 트리(design tree)의 가지를 하나씩 따라가며 결정 사이의 의존 관계를 순서대로 풀라는 지시가 전부였습니다. 코드베이스를 뒤져서 답할 수 있는 질문이면 묻지 말고 직접 찾아보라는 규칙이 있었고, 3월에 질문마다 추천 답변을 붙이는 규칙과 한 번에 하나씩 묻는 규칙이 추가됐습니다. 추천 답변 덕분에 나는 "그걸로 가자"라고 하거나 틀린 부분만 고치면 돼서 답하는 부담이 확 줄어듭니다.

지금은 구조가 바뀌었습니다. 2026년 5월 말부터 실제 인터뷰 기법은 grilling이라는 별도 스킬로 빠졌고 grill-me는 grilling을 불러오는 한 줄짜리 입구가 됐습니다. frontmatter에 disable-model-invocation: true가 붙어 있어서 Claude가 알아서 부르지 않고 내가 /grill-me를 직접 입력해야만 실행됩니다. 인터뷰 기법은 grilling 한 곳에만 두고 인터뷰가 필요한 다른 스킬(grill-with-docs, triage, wayfinder 등)도 전부 이걸 가져다 쓰는 구조입니다.

가장 큰 변화는 2026년 7월에 한 번에 하나씩 묻던 방식이 라운드 방식으로 바뀐 것입니다. 결정에서 다른 결정이 가지처럼 뻗어나가는 구조를 설계 트리로 그려두고, 앞선 결정이 이미 정해져서 지금 바로 물어볼 수 있는 질문들을 frontier라고 부릅니다. 한 라운드에서는 frontier 전체를 번호를 붙여 한꺼번에 묻고, 답을 받으면 frontier를 다시 계산해서 다음 라운드로 넘어갑니다. 아직 답이 안 나온 질문에 걸려 있는 질문은 같은 라운드에 넣지 않아서 한 답 때문에 같은 라운드의 다른 질문이 무의미해질 일이 없고, 변경 기록을 보면 질문 13개가 13번이 아니라 3라운드 정도에 끝난다고 합니다.

질문 형식도 정해져 있습니다. 질문마다 번호와 제목이 붙고 추천 답변이 따로 한 줄로 달려서 "1 ㅇㅇ, 2 두 번째 안, 3 아니 왜냐하면~"처럼 번호로 한 번에 답할 수 있습니다.

❓ Q1 - 로그인 방식: 세션 쿠키로 갈지 JWT로 갈지?
➡️ 세션 쿠키. SSR에서 서버가 바로 읽을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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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2 - 비밀번호 재설정: 이메일 링크로 할지 인증 코드로 할지?
➡️ 이메일 링크. 구현이 단순하고 사용자한테 익숙함

예전처럼 하나씩 받는게 편하면 전역 CLAUDE.md에 아래 한 줄을 넣으면 됩니다. 천천히 읽는 사람이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작업하는 사람은 이쪽이 낫다는 의견이 많아서 공식적으로 지원하는 옵션입니다.

When grilling, ask one question at a time.

또 하나 바뀐 점은 사실(fact)과 결정(decision)을 나눈 것입니다. 파일 구조나 설정처럼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은 에이전트가 서브 에이전트를 띄워서 직접 찾아보고 나한테 묻지 않습니다. 조사가 도는 동안에도 라운드를 멈추지 않고 그 조사 결과에 걸린 질문만 기다립니다. 반대로 결정은 전부 내 몫이라 에이전트가 대신 답하면 안 되는데, 예전의 "코드베이스로 답할 수 있으면 직접 찾아봐라" 문장이 다른 스킬 안에서 돌 때 결정까지 알아서 내려도 된다는 허락처럼 읽혀서 에이전트가 자기 질문에 자기가 답해버리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는 frontier가 비었을 때, 즉 설계 트리의 가지를 다 돌아서 말없이 가정하고 넘어간 게 없을 때 끝납니다. 단 끝났다고 바로 구현에 들어가지 않고 내가 서로 이해한 게 같다고 확인해줘야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effort가 낮거나 약한 모델에서는 질문 두어 개만 하고 바로 만들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럴 땐 CLAUDE.md에 허락 없이 구현하지 말라는 줄을 넣어두면 확실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grilling 계열 스킬은 상황에 따라 입구가 다릅니다. grill-me는 레포도 필요 없고 파일도 안 남기는 stateless 스킬이라 코드가 아닌 주제, 예를 들어 사업 결정이나 글 구성에도 쓸 수 있습니다. 코드베이스가 있으면 grill-with-docs를 쓰는데, 같은 인터뷰를 하면서 코드를 읽고 정리한 용어는 GLOSSARY.md에, 중요한 결정은 ADR로 남깁니다. 한 세션에 담기 힘들 만큼 큰 작업은 wayfinder로 전체 지도를 먼저 그리고 그 안에서 grilling을 돌립니다.

말로는 답이 안 나오는 질문도 있습니다. 폼을 한 페이지로 길게 갈지 세 페이지로 나눌지, 이 인터랙션이 어떤 느낌이어야 하는지 같은 질문은 뭔가 눈으로 봐야 답할 수 있어서 ungrillable이라고 부릅니다. 이런 질문을 말로 계속 붙잡고 있으면 에이전트는 질문을 바꿔 묻고 나는 추측으로 답하면서 세션만 길어집니다. 이럴 땐 grilling을 멈추고 prototype 스킬로 버릴 버전을 만들어서 직접 보고 온 다음 한 줄로 답하면 됩니다.

쓸 때 지킬 것도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새 대화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에이전트가 이미 써둔 계획 위에서 돌리면 그 계획에 끌려가기 쉽습니다. plan mode도 꺼야 하는데, plan mode는 에이전트를 계획을 빨리 뽑아내는 쪽으로 기울게 만들어서 질문하며 머무르는 grilling과 방향이 반대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가 아직 흐릿해도 괜찮습니다. 그 흐릿함이 이 세션이 먹어치우는 재료이고, 이미 정확하게 명세할 수 있는 거라면 grilling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흔한 실패는 수동적으로 끌려가는 것입니다. 질문 40개에 "동의, 동의, 동의"만 하고 나오면 길게 대화해서 뭔가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에이전트가 쓴 계획에 고개만 끄덕인 셈입니다. 질문이 내가 원하는 수준보다 얕으면 반박하고, 범위가 새면 새고 있다고 말하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답해야 합니다. 결과물은 질문 개수가 아니라 내 답의 질을 따라가기 때문에 한 번도 반대하지 않고 끝난 세션이라면 애초에 필요 없던 세션이라고 봅니다.

세션 길이는 질문 수보다 라운드 수로 보면 됩니다. 4라운드에 질문 46개 정도면 평범한 세션이고, 질문이 200개씩 나오면 범위가 너무 큰 거라서 작업을 쪼갠 뒤 조각마다 따로 grilling하라고 합니다. 너무 길어지면 context가 차서 질문 질이 떨어지는 구간(dumb zone)에 들어가기도 합니다. 질문 개수 상한 옵션은 일부러 안 만들었는데, 계획마다 필요한 질문이 3개일 수도 50개일 수도 있으니 "이제 마무리하자"처럼 말로 조절하라는 입장입니다.

끝나고 새 세션을 열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grilling으로 쌓은 맥락이 이 세션의 가치라서 같은 대화에서 바로 to-spec(예전 이름 to-prd)으로 넘겨 스펙을 쓰고, to-tickets로 작업을 쪼갠 뒤 implement로 구현하는 흐름으로 이어집니다. 모델도 다른 스킬보다 더 신경 써야 합니다. grilling은 시스템이 어디서 깨지는지에 대한 모델의 감각에 기대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제일 좋은 model을 쓰고, 구현은 쌓인 맥락을 따라가는 일이라 더 싼 모델로도 충분하다고 합니다.

설치는 Claude Code 공식 마켓플레이스에 plugin으로 올라가 있어서 한 줄이면 됩니다. 이 방식은 스킬 전체가 읽기 전용 묶음으로 깔리고 업데이트도 자동으로 따라옵니다.

claude plugins install mattpocock-skills

스킬 파일을 직접 고쳐 쓰고 싶거나 Codex 같은 다른 에이전트에서 쓸 거면 npx skills@latest add mattpocock/skills로 파일을 복사해오면 됩니다. 단 이 방식으로 grill-me만 골라서 설치하면 본체인 grilling이 없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grilling도 같이 골라야 합니다.